재택이 길어지면서 이제 좀 지쳐가는 듯합니다. 본의 아닌 세상과의 단절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려서 군대에서 느꼈던 세상과의 단절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사람들과의 유일한 소통이라고 하면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얼굴과 목소리가 전부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기적인 팀 미팅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다들 너무 익숙해져버렸나 봅니다. 두 달이 될때즘까지만 해도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더니 이제는 서로 얼굴도 안 비추고 목소리만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늘상 해왔던 사소한 것들이 그립습니다. 아침이면 힘들게 일어나 출근 준비하던 것들, 뭘 입고 갈까? 하던 고민, 출근하면서 듣던 라디오 DJ 목소리, 오가면서 만난 반가운 사람들과 나누던 담소들,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던 오피스 아줌마들, 점심은 뭐 먹을까? 하던 고민, 점심 후 느끼는 나른함, 업무 중간중간의 휴식, 짬짬이 마시던 커피, 일 끝나고 즐겁게 집에 돌아오던 퇴근 시간....
별날 것 없던 일상이 이렇게 그리울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일상에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몇 걸음 옮겨 옆방으로 출근하고, 일하던 중간중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가족과 아침, 점심, 저녁 식사도 같이 하고, 가끔 멀리 떨어져 옆집 아저씨와 이야기도 하고, 자주 못하던 산책도 하고...
함께할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또한 일생에 가족과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이할 수 있는 날들이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언젠가 이 시기가 지나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지금처럼 지내던 일상들이 그리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석양이 참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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