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things/일상

토끼가 풍년입니다 후기: 동물의 왕국 실사판

by into 2020. 12. 27.
반응형

올 여름 쯤에 집 주변에 토끼가 풍년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면서 날씨가 추워지니 집 주변에 돌아다니던 동물들도 왕래가 줄어들었고, 게다가 얼마 전 눈도 많이 오고 해서 아주 가끔 돌아다니는 다람쥐를 제외하고 집 주변에 돌아다니는 동물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토끼가 겨울잠을 자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 들어 자주 보이지 않아 이사를 갔던지 아니면 추운 날씨에 보금자리에서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토끼의 존재를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며칠 전 밖에 볼일 있어서 잠깐 나갔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거의 밖에 나가질 않습니다.) 왔더니 아내와 딸아이가 저를 다급하게 찾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건넨 첫마디가 "징그러운 거 치울 수 있어?"였습니다.

갑자기 웬 호들갑인가 해서 가봤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이 뒷마당에 매가 갑자기 날아와서 토끼를 잡아 먹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실 창문 밖으로 보니 창문 바로 앞에 매가 떡하니 앉아 토끼 만찬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토끼털이 날리고 있었고 하얀 눈 위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창 바로 앞에 방치하는 것이 미관상 좋지 못할 것 같아 일단 다른 데로 치우기로 하고 삽을 들고 밖을 나갔더니 매가 저를 노려 봤습니다.

 

치우려고 다가가니 매가 죽은 토끼를 끌고 가려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피해 주었습니다. 토끼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고 상당히 큰 사이즈 (매보다 덩치가 더 컸습니다)인 걸 보니 어른 토끼인 것 같았습니다. 여름 동안 뒷마당의 잔디를 파헤쳐서 미웠었는데, 죽은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는 감정도 들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힘들게 먹이 사냥을 했을 매를 생각하니 그냥 버리기엔 미안해서 죽은 토끼를 울타리 밖으로 옮겨줬습니다.

 

가까운 나무 위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던 매는 먹이가 안전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내려와 나머지 만찬을 즐기는 듯했습니다. 

 

그 이후 며칠 동안 매일 찾아와 나머지 만찬을 즐기는 매를 봤습니다. 날씨가 좋아지면 남은 사체를 치워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시골에 사니 별일을 다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뒷마당에 놀고 있는 다람쥐를 보며 "너도 조심해라 그러다 황천길 직행이야"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반응형

'Life things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You don't get paid enough  (16) 2021.04.17
유퀴즈온더블럭 "끝까지 간다" 김영미 PD님 이야기  (16) 2021.03.24
코비드 백신 2차 접종 후기  (30) 2021.02.19
코비드 백신 1차 접종 후기  (34) 2021.01.22
슈가 쿠키 만들기  (18) 2020.11.29
강제(?) 미술 활동  (34) 2020.09.16
토끼가 풍년입니다.  (20) 2020.08.28
사소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  (7) 2020.07.02

댓글